암호화폐

# [떠먹블] 2. 암호화폐

세간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같은 것으로 여기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게 그거 아니냐고 말이지요. 물론 암호화폐가 없는 블록체인은 앙꼬 없는 찐빵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앙꼬(팥소)하고 찐빵하고 다르듯 이 둘은 엄연히 다릅니다. 또 암호화폐를 가상화폐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늘은 이 암호화폐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최초의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은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그가 정확히 언제부터 개발을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백서가 발표된 날은 2008년 10월 31일입니다. 원래 백서는 정부가 어떤 현상에 대해 다룬 보고서를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최근에는 그 주체가 기업이나 연구소일 때도 쓰입니다. 블록체인 분야에서는 기업이 암호화폐를 발행하여 자금을 모집(ICO)하기 위해 암호화폐 발행 동기, 목적, 운영방식, 전망 등의 내용을 담아 발표하는 문서로 사업계획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ICO(Initial Coin Offering) : 암호화폐 공개. 암호화폐를 발행하여 여러 투자자로부터 개발 자금을 모집하는 과정. 기업공개(IPO)라는 말에서 유래함

나카모토는 의외로 백서에 단 한 번도 암호화폐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백서의 제목도 이었습니다. 해석하면 ‘개인 간 전자 화폐 시스템’이라는 뜻입니다. 비트코인은 여러 해에 걸쳐 점차 대중들에게 알려졌고 대중매체에서는 가상화폐(Virtual currency)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 이 표현이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암호화폐(Cryptocurrency)라는 말이 생겨났습니다. 암호화폐를 가상화폐의 세분화된 영역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좀 더 엄격하게 정의하여 아예 다르게 보기도 합니다.

[이런 식의 화폐 분류도 있습니다.]

암호화폐는 crypto(암호화)와 currency(화폐)의 합성어로 쉽게 말해 암호화된 돈을 말합니다. 암호화폐 분산장부에는 개개인의 자산 혹은 자산 거래가 블록체인 구조로 기록되는데, 이 블록체인에 ‘공개키 암호화’와 ‘해시 함수’라는 암호화 기술이 적용되어 암호화폐라고 부르게 됩니다. 공개키 암호화와 해시 함수에 대해 설명하려면 암호학의 여러 개념도 설명해야 하는데, 우선은 전편에서 들었던 열쇠 구멍과 자물쇠의 비유 정도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존의 화폐, 기존의 자산은 정부나 은행 등 제삼자의 보증이 있어야 하지만 암호화폐는 이러한 기술이 제삼자의 보증을 대신합니다.

비트코인이 나타난 이후, 비트코인에서 파생된 코인, 또는 비트코인에서 영감을 받은 여러 암호화폐가 등장합니다. 비트코인 이후에 생겨난 모든 암호화폐를 알트코인(Altcoin)이라고 부르는데, 비트코인을 대체하는 코인(Alternative Coin)이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현재 이용 가능한 알트코인은 최소 1600개나 됩니다. 비트코인 이후에 나온 만큼 비트코인보다 발전된 형태의 알트코인들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은 기존의 모방에 지나지 않거나 사기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다른 사람을 속이는 코인을 스캠코인(Scam Coin)이라고 합니다.

한창 비트코인이 떠오르며 묻지마 투자가 횡행할 때 수많은 스캠코인이 등장했습니다. 엉터리 백서를 발행하여 불법 ICO로 투자금을 모은 뒤 코인을 개발하지 않고 달아나거나, 이름 없는 거래소와 결탁하여 실제로 코인을 상장한 뒤 자신의 코인을 모두 매각하고 잠적하는 종류의 스캠이 많았습니다. 이와는 달리 당초에는 차세대 암호화폐를 꿈꾸며 ICO를 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이후에 백서에 적힌 목표를 실현하기 어려워 개발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스캠도 많지만 사실은 이렇게 실패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스캠코인, 실패한 코인, 아무도 운영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코인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죽어버린 모든 경우를 통틀어 데드코인(Dead Coin)이라고도 합니다. 현재 상장된 암호화폐의 90% 정도가 데드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은 아직도 부정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규제하거나 금지하는 나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느 시스템이든 완벽한 것은 없고 지금의 화폐 체계에서도 그런 문제는 있습니다. 위조지폐를 만드는 것이 나쁘지 지폐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는 암호화폐에 대해 조심스러우면서도 이를 활용해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고자 늘 조사하고 연구하고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는 블록체인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비트코인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트코인에는 엄밀하게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비트코인 플랫폼, 하나는 비트코인 암호화폐입니다. 비트코인 플랫폼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만든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입니다. 비트코인 암호화폐는 그 위에서 유통되는 화폐입니다. 즉 암호화폐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하나의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면 암호화폐 외에도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고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암호화폐를 단순히 하나의 사례로만 보기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너무 긴밀한 관계에 있기도 합니다. 블록체인은 사적으로 쓰일 때도 충분히 좋지만 공적으로 쓰일 때 활용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그 이유는 비트코인이 애초에 탈중앙화, 공공성을 겨냥하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공적으로 운영하려면 참여자에게 참여 동기가 있어야 하는데, 비트코인은 암호화폐라는 보상으로서 그 동기를 만들어준 것입니다. 자선단체가 아닌 이상 공공 플랫폼을 운영하려면 보상이 필수인데 암호화폐는 그러한 공적인 블록체인에 있어 최적의 보상 시스템인 것입니다.

비트코인과 비슷한 형태의 암호화폐도 많지만 신기술이 적용되어 떠오르는 암호화폐, 더 발전된 형태의 암호화폐도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제대로 활용되고 대중화된 사례는 아직까지도 암호화폐가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암호화폐 외에도 실생활에서 다양한 용도로 블록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면 좋겠습니다.